[기고]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현황과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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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현황과 향후 전망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세계 2위 인도네시아, 그러나 위기감 부족 및 인식 부재
정부 주도의 5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목표 발표, 우수 폐기물 처리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마련
김지영 PT. DMC PLASTIK INDONESIA(동민산업협동조합 인도네시아 투자법인) 과장
‘인도네시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한 번도 안 가볼 수는 있지만 단연코 한 번만으로는 그칠 수 없는 세계적인 휴양지, 눈부신 해변과 웅장한 화산이 이루는 절정의 경관, 종교적 숭고함이 깃든 견고한 세계문화유산, 건강하게 그을린 몸으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푸른 바다 위의 서퍼, 신비하고 오묘한 색으로 물드는 석양과 방해받지 않고 누리는 평화로운 여유.
사실 이와 같은 이미지는 여행을 즐기거나 세계적인 휴양지에 소위 로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다. 필자 역시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하던 중 하나의 경유지로 생각하며 잠시 머무르게 된 인도네시아에서 친절한 사람들과 꾸밈없는 자연의 생생한 이미지에 매료되어 정착하게 될 것을 어찌 알았을까. 인도네시아의 매력과 흡인력은 상상보다 강력했다.
하지만 꾸밈없는 겉모양의 자연에 심취해 끝이 없을 것 같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을 여행하며 직접 눈으로 만나게 된 속살의 인도네시아는 놀랍게도 바다 위를 떠다니는 폐기물의 천국이었으며 처리가 미흡하여 온갖 플라스틱이 모이는 쓰레기 집결지였다는 사실이다. 겉과 속의 큰 괴리는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충격은 해소할 수 있는 행동과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직접 보고도 해결코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는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회적 태만이며 방조가 될 것이란 세계시민적 인식을 처음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한국 영천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활용 사회적 기업 동민산업협동조합의 인도네시아 투자법인 PT. DMC PLASTIK INDONESIA를 만나게 되면서 동민산업의 인도네시아 내 정착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동안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폐기물 산업에 직접 몸담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폐기물 처리에 조금이나마 관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에 몸가짐을 새로이 다듬는 걸 보면 이것도 필자의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현재 동민산업협동조합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IBS 포용적 비즈니스프로그램 ODA 사업을 지원 받아 수행 중이며, 설정한 목표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약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반도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육지, 강, 바다 할 것 없이 다양한 폐기물이 발생하고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쉼 없이 제기되는 인도네시아의 현실적 과제이며, 그건 국민 생활에 직접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사회적 환경문제와도 직접 맞닿아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오늘은 수치로 표시되는 비체험적 수치를 떠나 폐기물 산업에 몸담으며 실제 보고 체험했던 여러 경험과 소견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환경 문제와 원인
인도네시아는 현재 육지와 섬을 둘러싼 바다 전체에서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가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에 있어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와 플라스틱은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다양한 해양생물과 산호초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러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무분별한 양산과 미흡한 처리는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의 핫스팟인 라자암팟(Raja Ampat)을 비롯하여 소중한 해양자원 및 산호초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오염시켜 급기야 자연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만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해양 쓰레기 및 플라스틱 폐기물의 관리책임을 온전히 인도네시아 정부에게만 돌릴 순 없을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해류를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며 폭우 및 기타 재해로 인한 바다로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폐기물 처리가 우선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는 인근 국가에게 공동의 책임을 요구하기도 한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운동가 무하람 아타 라샤디(Muharram Atha Rasyadi)는 “우리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분리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단순히 기본적인 수거-운송-처분 방식”에 국한된다고 말한다. 라샤디는 "퇴비화를 통해 가정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일부 지역 사회에서 행하는 독립적인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거주를 시작했던 정착초기에 분리수거를 규칙에 맞게 행할 것인가, 엄격한 제약이 없으니 이기적인 편리함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양심적 갈등을 한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종사자로서 의무감과 책임감을 버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리배출 이후 폐기물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 효용과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인도네시아는 분리수거법이 제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 조치 및 벌금, 종량제 의무사용 등의 방법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가정과 기업 등 모든 쓰레기 배출의 주체들은 폐기물의 성상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종량제가 아닌 일반 비닐봉지에 모아 버리는 실정이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체에게는 어쩌면 이보다 편한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는 정부와 기업에게는 사회적 공동부담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에 대한 일정한 제재 없이 시민의식의 고취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그 처리에 있어 많은 노동력과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성상이 섞였을 때 폐기물과 재활용물로 분리하는 일은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매우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으며, 더군다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은 결국 소각과 매립의 방법으로 처리해야하므로 환경보호에 폐해가 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규칙에 맞게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폐기물 주체자들에게 실질적인 패널티와 불이익을 주는 행동을 적극 시행해야 하며, 또 한편으로 공동체 사회가 가져야 하는 시민의식 고취나 시민행동 제고의 다양한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
위기감의 부족, 인식의 부재
인도네시아의 플라스틱 폐기처리에 있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그 위기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상의 상품에서 그 문제가 도드라지는데 요즘 인도네시아에서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가 넘쳐나고 있다.
일회용 샴푸부터 인스턴트커피와 같은 기호식품까지 일회용 포장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수요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게 소량 구입을 하는 중산층이나 낱개 포장을 선호하는 하위 계층의 소비자들에게는 그것이 보편적인 선택이겠지만, 여러 레이어로 이루어진 포장지는 분리배출이 되지 않을 경우 소각, 매립 외의는 처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되는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그것은 고스란히 정부의 몫이 된다. 그러므로 배출량에 따른 사회적 부담금을 제조 기업에게 일부 책임지게 한다면 상당량의 일회용 폐기물이 줄어들게 될 것이란 의견도 고려해볼 만하다. 폐기물의 공동체 인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해결의 움직임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면서 필자가 경험한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인도네시아의 발전과 변화 속도다. 기술의 발전은 물론 인식의 변화도 굉장히 빠르다. 인도네시아의 민간사회와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앞서 언급한 인도네시아의 폐기물 처리 문제를 인지하고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서부자바주 브카시(Bekasi)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인 Waste4Change는 대중에게 폐기물 분류 및 지속 가능한 관리에 대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Waste4Cahnge는 자체적으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제작 및 배포하기도 하고, 폐기물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여 인근 지역부터 가정 및 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수합부터 처리까지 책임지는 구독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지속적인 추진력과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앞으로가 더욱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동부자바주 수라바야에서는 ‘수로보요 버스(Suroboyo Bus)’라는 빨간 시내 버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수로보요 버스는 수라바야시 청소국과 교통국의 합작으로, 이미 사용한 페트(PET) 물병을 가져가면 갯수를 정산해서 수라바야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버스 티켓으로 교환해준다. 수라바야 정부는 이렇게 모은 깨끗한 폐 페트병을 수합하여 경매 방식으로 재활용 업체에 판매를 하고, 판매대금은 버스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방 정부와 국가 정부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발리 섬은 2018년 말에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했으며 자카르타도 2020년에 쇼핑센터와 노점상에서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을 금지하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 세계경제포럼>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70%까지 최소화하고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전반적인 목표를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5가지 조치 사항을 마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5대 목표>
●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피하며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그 대체품 개발에 노력할 것.
●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의 재질을 연구하여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며 폐기 시 재활용이 되도록 제조할 것.
●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율을 39%에서 80%로 두 배 증가시킬 것.
● 연간 975,000톤의 플라스틱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 시설에 투자하여 현재 재활용 용량을 두 배로 늘릴 것.
● 연간 33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폐기물 처리 인프라를 개발하거나 확장할 것
인도네시아 폐기물 처리산업의 전망 및 기대
‘폐기물 처리’라는 하나의 키워드 속에서도 무척 다양한 갈래의 산업과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다. 폐기물 배출부터 수합, 분류 및 처리,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더 나아가 보다 광범위한 ‘환경’이라는 대분류에서는 의식주 및 우리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무수한 기회가 있다.
폐기물을 배출하는 모든 주체는 위기감을 갖고 적극적 방안을 계발하거나 능동적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노력은 환경을 공유하는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생태계 보호와 자연보호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쳐 관광산업의 활성화 및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기초적인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며 부가가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 성장의 선발주자였던 국가들은 ‘선(先) 발전, 후(後) 책임’의 행보를 보이거나, 오히려 환경 문제의 화살을 후발주자에게 돌리는 미성숙한 모습도 보인다. 상대적으로 경제 발전의 후발주자인 인도네시아는 책임을 지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루어야 하는 자발적이면서도 타의적인 의무를 짊어지게 되었는데, 보다 책임감 있게 발전을 이루는 인도네시아를 보면 머지않아 성숙한 발전을 통해 높아질 국가의 위상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자료 : PT. DMC PLASTIK INDONESIA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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