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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아냐?" 했던 한국 김, 이젠 "건강 간식!" [슬라맛빠기!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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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상북도자카르타사무소
댓글 0건 조회 1,784회 작성일 21-05-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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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김을 건넸다. 친구들이 학교에 가져와 간식으로 즐겨 먹고 누가 잘 먹나 겨루기도 하는, 한마디로 인기 있는 인도네시아 김이라고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노란 양념 탓에 색깔부터 남달랐다. 매운맛이 혀와 입술에 달라붙었다. 몇 장 더 먹었더니 입 안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짜증이 날 정도였다. 깔깔거리는 아들에게 말했다. "이건 김이 아니라 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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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재를 취재하다 그 김의 정체를 파악했다. 인기 있는 김, 맞다. 게다가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 한국인이 느끼는 '매운맛 강도 5'가 인도네시아인에겐 3.8에 불과하다는 관능검사도 확인했다. 생산업체 한국인 직원도 너무 매워서 못 먹는다는데, 정작 현지인들은 더 맵게 만들어달라고 한단다. 매운(프다스)맛뿐 아니라 본래(오리지널)맛, 소금에 절인 계란(솔티드에그)맛, 불고기(사피팡강코레아)맛, 구운 옥수수(자궁바카르)맛 조미김도 기대에 부응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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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원초(元草)가 생산되지 않는다. 즉 김 한 장 나지 않는다. 음식이 아니라 '검은 플라스틱'이라고 오해할 만큼 김 자체가 낯설었다. 일제 식민시대 시절 일본군 등을 통해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식당에서 초밥 재료로 쓰는 정도였다. 화교와 한국, 일본 교민들이 주된 소비층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태국산 제품이 시장을 휩쓸었으나 2017년부터 한국산이 역전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태국산 제품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면 사실상 한국 김이 인도네시아를 장악하고 있다. 차츰 부상하는 인도네시아의 '김' 사랑을 살펴본다. 


김은 반찬 아닌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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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주식은 쌀이지만 김을 밥에 싸먹지 않는다. 밥상에 오르는 일도 거의 없다. 약 15년 전부터 아이들의 과자, 간식거리로 통용됐다. 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현재도 김을 즐겨 먹는 충성 고객으로 자랐다. 이들은 다시 자녀들에게 김을 간식으로 대물림하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이 김을 애용한다. 다른 간식보다 칼로리가 적고 건강에 좋으며 양도 많지 않아 고급 다이어트 건강 식품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태국산으로 처음 김을 접한 이들은 차츰 한국산 김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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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한 현지인들의 소비 유형도 대략 비슷했다. 대학교수 데와(37)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김을 간식으로 먹는데 두 살배기 아이도 조미김 한 봉지를 다 먹거나 더 달라고 할 만큼 좋아한다"며 "한국산 김 제품은 다양한 맛이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 치트라(25)씨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저칼로리 간식을 찾는다면 김이 정답"이라고 치켜세웠다. 프리랜서 루루(26)씨는 "만전, 마마수카 등 한국 김은 바삭바삭하면서 너무 짜지 않고 맛있어서 꽤 자주 먹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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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김은 대형 마트에 진열장이 따로 있을 만큼 눈길을 끈다. 맛과 종류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간식으로 즐기는 소비 방식에 맞춰 두 봉지씩 소(小)포장했다. 밥과 함께 김을 먹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한 시식회도 열린다. 일본 김보다 가격은 낮으나 품질은 더 우수하다는 인식도 형성됐다. 한류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김 할인 판매 정보를 지인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한국산 김 수입은 2016년 326만 달러에서 지난해 799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중량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10만8,000㎏에서 39만5,000㎏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임중독 태국 청년이 김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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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김을 간식거리로 대중화한 업체는 태국의 타오케노이(TaoKaeNoi)다. 인도네시아처럼 원초가 나지 않는 태국에서 김 가공이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일군 것이다. 타오케노이는 동남아시아 전체 김 시장의 7할을 점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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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 이띠팟 피라데차판(별칭 톱)의 이력은 독특하다. 1984년 태국 중산층 가정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톱은 16세 무렵 게임중독에 빠졌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자 대학을 그만두고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로 결심했다. 게임 아이템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노점을 열었다. 커피, 음식, 해적판 CD 판매 등은 모두 실패했다. 18세 때 볶은 밤 장사로 잠깐 성공하며 50명의 직원을 두기도 했으나 결국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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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뒤 맛있는 김 과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톱은 아버지가 매사에 자신만만한 자신을 놀리며 부르던 별명 '타오케노이(작은 보스라는 뜻)'를 회사 이름으로 삼았다. 26세 나이에 태국 최연소 갑부 반열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청춘들은 톱의 이력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매료됐다. 팔루 지진 등 인도네시아에서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성금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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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케노이는 김 과자를 만들기 위한 원초를 한국에서 들여온다. 가공된 제품은 태국산이지만 원재료는 한국산이라는 얘기다. 타오케노이와 한국산 제품이 인도네시아 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에서 소비되는 김은 대부분 한국 바다에서 난 셈이다. 대개 이런 사실을 모르지만 아는 이들은 "그래서 한국 김을 먹는다"고 한다.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선 한국이 김의 원조로 통한다.



1등 업체 대상 공장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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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케노이의 10여 년 김 아성을 깬 업체가 한국 기업 대상이다. 대상의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아네카보가누산타라)이 선보인 상표 '마마수카(mama sukaㆍ엄마가 좋아해)' 제품들이다. 인도네시아 대표 편의점 인도마렛에 따르면 2016년 타오케노이 53.4%, 마마수카 44.1%던 김 제품 점유율은 2017년 각각 43.3%, 46.9%로 뒤바뀌었다. 이후 격차가 해마다 벌어져 올해 3월 기준 마마수카 60.7%, 타오케노이 33.1%를 기록하고 있다. 김 과자로 뜬 타오케노이는 대상에 맞서 조미김도 출시한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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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한국에서 만든 기존 조미김 제품을 들여오는 다른 기업과 달리 2017년부터 현지에서 직접 조미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능검사와 시장조사 등을 통해 현지인 입맛과 사정에 맞는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예컨대 앞서 밝힌 다섯 가지 맛 조미김과 자반김보다 잘게 부숴 요리에 '뿌려 먹는 김', 구멍가게나 재래시장용 '줄줄이 김' 등이다. 매운맛 조미김은 지난해 전체 김 매출의 30%를 차지한 효자 상품이다. 최근 출시한 줄줄이 김은 조미김 5장에 2,000루피아(약 160원)로 아이들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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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상의 인도네시아 김 매출액은 220억 원으로 5,000만 봉지를 팔았다. 이상우 인도네시아 법인 대표는 "광고보다 취식 교육이 필요했을 정도로 현지인들은 잘 모르는 김이 먹힐까 반신반의했으나 가격을 낮추고 세계 최초로 두 개들이 포장으로 부담을 줄이자 기름을 발라 구운 건강 간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복 구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1등의 비결이다. 대상은 1973년 동부자바주(州) 수라바야에서 화학조미료를 생산했다. 이는 '한국의 해외 생산시설 수출 1호'로 기록됐다. 일본과 대만 경쟁 업체 모함으로 가동 중지 명령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딛고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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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60㎞ 남짓 떨어진 카라왕의 대상 공장을 찾았다. 1만8,789㎡ 부지에 자리잡은 공장은 단아했다. 조미김 생산 공정은 단출했다. 한국에서 들여온 마른김을 상태가 좋은 것만 골라 기계에 넣으면 굽고 기름 바르고 다시 굽고 양념을 뿌리는 과정을 거쳐 9등분된 뒤 포장된다. 일반 조미김은 굽고 기름 바르고 소금 뿌리고 다시 굽는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제각각 양념 향이 침샘을 간질였다. 지난해 생산물량은 390톤이었다. 스파게티, 굴, 매운맛 등 다양한 소스 및 양념과 마요네즈,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1위인 빵가루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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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유일한 한국인인 정인형 공장장은 "20대 중반 현지인 직원 220여 명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3교대 연속 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 19㎝, 세로 27㎝ 마른김 한 장의 무게는 2.4g. 인도네시아에서 시나브로 사랑 받는 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카라왕=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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