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친환경으로 진화하는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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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혁신으로…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의 디지털·ESG 전환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약 2억8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와 젊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에서 수출 확대와 고용 창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시장 내 저가 수입품 확산 등의 영향으로 산업 전반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으로 디지털화와 친환경 전환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최근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의 수출입 및 투자 동향을 살펴보고,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 기술 도입과 친환경 경영 노력을 중심으로 산업 전환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수출입 동향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HS 코드 50~63 기준) 수출입 데이터를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일부 원자재에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년간('22~'24년)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수출액 및 수입액 추이 (HS 코드 50~63 기준)>
(단위: US$ 백만)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2025.7.)]
우선 총 수출입 규모 측면에서 보면, 2023년 수출과 수입이 크게 감소했으나, 2024년에는 수입과 수출 모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글로벌 수요 회복, 국내 생산 정상화,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HS 61(편직 의류)와 HS 62(직물 의류)는 최근 3년간 연평균 4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인도네시아 최대 수출 품목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HS 55 (인조 스테이플 섬유)도 수출이 수입을 꾸준히 상회하며 순수출 품목(Net Exporter)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HS 52(면 및 면직물), HS 54(인조 필라멘트 섬유), HS 60(편직물) 등은 수입 규모가 수출 규모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이 여전히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2~'24년 인도네시아 수출입 금액 세부 품목 분류별 추이 (HS 코드 50~63 기준)>
(단위: US$ 백만)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2025.7.)]
최근 5년간(2020~2024년) 인도네시아 섬유·의류 수출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특히 의류 완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이후부터는 수출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하락 배경에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에 따른 소비 위축, 글로벌 재고 과잉, 그리고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내 주요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의 평균 재고 회전율은 전년 대비 약 18% 하락하면서 재고 누적 현상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신규 발주가 지연되며 인도네시아산 의류에 대한 수요도 둔화됐다.
또한 FOB(본선 인도 조건) 기준 인도네시아 의류의 평균 단가는 2024년 기준 kg당 약 8.3달러로, 베트남(약 7.4달러)및 방글라데시(약 6.9달러) 대비 최대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단가 차이는 인건비 상승, 물류비 부담, 에너지 비용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글로벌 바이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발주처를 다변화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수출 감소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인도네시아 주요 섬유 품목 수출 상위 3개국>
(단위: US$ 백만)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및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2025.7.)]
수입 측면에서는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중국산 저가 섬유제품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편물(HS 60)및 인조 필라멘트 섬유(HS 54)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수입 지역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두 두 자릿수 수입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내수 시장에서 중국산의 높은 점유율이 뚜렷하다. 반면, 한국은 수입액 기준으로 상위권(2~3위)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어 경쟁력 확대에 있어 다소 제한되는 양상이며, 그 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들이 시장을 분할 점유하는 구조를 보인다.
<'24년 인니 주요 수입 섬유 품목 상위 5개 지역>
(단위: US$ 백만, %)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및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2025.7.)]
투자 동향
최근 5년간(2020~2024년)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에 대한 전체 투자 금액 추이를 살펴보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202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20~'24년)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외국인직접투자(FDI) 및 내국인직접투자(DDI) 추이>
(단위: US$ 백만)
자료: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 (BKPM) (2025.7.)]
특히 2024년에는 2022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되며 역대 최고 투자 금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정부의 산업 인센티브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내직접투자(DDI)도 2022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24년에는 2022년 대비 약 3.6배 상승했다. 같은 해 기준으로 국내직접투자(DDI) 규모는 외국인직접투자(FDI)보다 약 8배 이상 큰 수준을 기록했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글로벌 섬유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섬유 시장에 대한 관심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 및 친환경 경영을 통한 글로벌 시장 기준 및 수요 부합 노력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앞서 글로벌 섬유 기업들의 관심 및 기준에 맞춰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 전환 및 친환경 경영을 중심으로 구조적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인 지속 가능성 요구 및 디지털 공급망 관리 추세에 발맞춰, 산업 전반에서 ESG 기반의 혁신과 기술 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ㅇ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부 정책 지원
인도네시아 정부는 ‘Making Indonesia 4.0’로드맵에서 섬유산업을 4차 산업혁명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섬유 제조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산 공정의 효율성 제고,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 강화,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내 경쟁력 확보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산업부는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연합(API)과 협력해 중소 섬유기업을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스마트 팩토리 설계 및 도입 컨설팅, ▲AI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 제공, ▲생산관리 자동화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디지털 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체들의 생산성 제고와 구조 개선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약도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섬유 기업 I사의 한 관계자는 “자카르타, 반둥 등 섬유 집적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직물 인쇄기나 자동화 설비에 대한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금융 접근성이 낮은 중소업체의 경우 실제로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라며, 정부의 보다 실효성 있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하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4차 산업 디지털 센터(Indonesia Industry 4.0 Digital Center, PIDI 4.0)는 2023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 섬유·의류 산업을 포함한 전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PIDI 4.0은 디지털 인재 양성, 스마트 제조 기술 시연, 산업용 솔루션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역량 강화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ㅇ 디지털 전환 관련 주요 기업 사례
디지털 기술 도입은 일부 선도 섬유기업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최대 의류 OEM 기업인 PT Pan Brothers Tbk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해, 디자인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과정을 통합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리드타임 단축과 품질관리 고도화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또한, Asia Pacific Rayon (APR)은 자사 비스코스 섬유의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Follow Our Fibre’를 구축했다. 해당 플랫폼은 원재료 조달부터 최종 완제품에 이르는 전 생산 단계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 바이어들에게 지속가능한 생산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Toray Industries와 일부 면방기업들은 면화의 재배지부터 방적공장까지의 유통경로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원면의 친환경 인증 확보 및 위조 방지를 구현하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공급망 투명성 제고 및 ESG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ㅇ 친환경 전환을 위한 정부 정책 지원
인도네시아 정부는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 기준 충족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Industri Hijau(그린산업) 인증 제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성, 오염 저감, 자원 절감 등 녹색공장 기준(SIH)을 충족한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섬유기업 Dan Liris는 2023년 해당 인증을 획득하며 염색 및 인쇄 공정에서 각각 28%의 에너지 절감, 21%의 수자원 절감성과를 인정받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녹색 인증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친환경 설비 도입 보조금, 공공조달 우대 조치 등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Green Products 조달 카탈로그’를 구축해 친환경 시장의 구조적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섬유산업에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산업부는 ▲폐섬유 및 폐수의 재활용 장려, ▲재생 폴리에스터 사용 확대,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한 원천관리 및 설비 개선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 대상 교육 및 기술 보급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ㅇ 친환경 전환 관련 주요 기업 사례
기업 차원에서도 국제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ESG 전략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PT Pan Brothers Tbk는 미국의 Trust Cotton Protocol에 가입해, 지속 가능한 면화 사용과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과의 지속적 거래 유지 및 신뢰 확보에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Indo-Rama 그룹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 그룹은 연간 약 1000억 개 이상의 PET 병을 재활용해 원사로 전환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내 재생 칩 공장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Indo-Rama는 친환경 원료 시장 개척과 자원 순환 구조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은 기존의 단순 노동집약형 구조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고도화 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선도기업들은 이미 블록체인, IoT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친환경 측면에서도 녹색 인증 제도, 세제 인센티브, 순환경제 전략 등 정부 주도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지속 가능한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직까지는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중소 섬유기업으로도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산업 구조의 전환은 한국 기업에도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PLM 시스템, 스마트 팩토리, AI 기반 수요예측 등 첨단 제조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친환경 기술 및 소재 협력을 위한 수요 또한 확대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기업 모두 디지털 기술 도입과 ESG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략적이고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고도화되는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내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사, KOTRA 자카르타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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