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할때 건너자'…인니 앞바다에 올해도 나타난 로힝야 난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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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방글라 난민촌서 생활하다 바다 잠잠한 10월부터 반년간 '위험한 여정'
인니 정부, UN 촉구에도 "의무없고 감당못해" 난민들 구조에 난색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양 벵골만 바다가 잠잠해지는 10월이 되자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생활하는 로힝야 난민들이 동남아시아로 가기 위해 다시 바다로 나서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최북단 수마트라섬 아체주(州) 앞바다에 로힝야 난민 100여명을 태운 채 엔진이 꺼진 상태로 표류 중인 낡은 목선이 발견됐다.
현지 지역 관리에 따르면 이 배에는 상당수 아동도 탑승했으며, 탑승자 가운데 사망자도 최소한 한 명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 배를 육지 인근까지 끌고 왔으며 식량과 의료품 등을 제공했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이들은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른 난민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조에 난색을 보이면서 여전히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들을 구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이살 라만 UNHCR 인도네시아 보호 담당자는 전날 성명을 통해 "UNHCR은 절박한 이들에게 해상에서 구조와 안전한 하선을 보장해 줄 것을 당국에 긴급히 호소한다"며 "UNHCR과 파트너들은 이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 않아 이들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이미 너무 많은 로힝야 난민이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으로 오랫동안 탄압 받았고, 박해를 피해 현재 70만명 이상이 국경 인근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촌 생활도 열악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바다가 잔잔한 10월부터 약 반년 동안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인도네시아 등으로 가기 위해 낡은 목선에 오르는 난민들이 많다.
워낙 열악한 목선을 이용해 보름 이상 항해하다 보니 배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UNHCR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로 나선 로힝야족 난민은 약 4천500명으로 이 중 약 6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렇게 힘들게 바다를 건넜더라도 난관은 계속된다.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이미 수천 명의 난민이 밀려들자 거부감을 표하며 이들의 거주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체 지역 대학생 수백 명이 정부 청사 건물에서 생활하던 로힝야 난민들을 습격해 이들을 강제 이전시키고 추방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해안 감시 활동을 강화해 난민선 접근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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